한국과 블록체인산업

짧게 말하면,
“그냥 독일처럼 민간·금융 중심 블록체인/가상화폐 산업을 확 풀어 키우자”는 식이라면, 한국에서는 위험이 훨씬 크고 부의 양극화 심화 가능성도 높습니다.
다만, 블록체인 기술 자체를 ‘공공 인프라·산업기술’로서 제한적으로 육성하는 전략은 충분히 고려할 가치가 있습니다.

아래에서 조금 나눠서 정리해 보겠습니다.


1. 먼저, “블록체인 산업”을 뭐로 볼 것인가?

섞어서 이야기되지만 사실 크게 둘로 나눌 수 있습니다.

  1. 기술/인프라로서의 블록체인
    • 물류·공급망 추적, 전자문서, 공공기록, DID(분산신원), 토큰증권(STO), 데이터 무결성 관리 등
    •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에서 물류·관광·부동산 등 실물 서비스 실험하는 쪽이 여기에 해당합니다. InvestKorea+1
  2. 금융상품으로서의 가상자산/코인 산업
    • 거래소, 파생상품, 스테이킹, 디파이, 스테이블코인, 각종 알트코인 발행
    • 한국은 이미 세계적으로 상당히 ‘코인 투기 열풍’이 강한 시장이고, won 기반 스테이블코인을 둘러싸고 정부·국회와 한국은행이 충돌하는 상황입니다. Financial Times+1

질문이 “독일식 가상화폐 정책”까지 함께 염두에 두고 계시니,
특히 2번 영역을 얼마나 허용·육성할 것인가가 핵심 쟁점입니다.


2. 한국의 현재 위치를 아주 간단히 정리하면

  • 부산 블록체인 규제자유특구: 블록체인 기반 결제, 물류, 부동산 펀드 토큰화 플랫폼 등 규제샌드박스가 운영 중이고, 기간이 2027년까지 연장되었습니다. Global Practice Guides+1
  • 가상자산 이용자 보호법(2024 시행): 거래소 자산 분리 보관, 불공정거래 규제 등 ‘투자자 보호’에 초점. 금융위원회+1
  • 디지털자산기본법(DABA)·일반 디지털자산법 논의 중: 스테이블코인, NFT, 토큰증권까지 포괄하는 ‘우산법’을 만들려 하고 있음. IPG 법률 블로그+1
  • 원화 스테이블코인 이슈: 집권여당은 민간 발행을 상당히 허용하자는 입장, 한국은행은 외환위기 재연을 우려하며 강하게 반대. Financial Times+1

이미 한국은 “블록체인/디지털자산을 완전히 배척하는 국가”가 아니라,
규제 속에서 키울지, 어느 방향으로 키울지를 두고 줄다리기 중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3. “육성해야 한다”는 쪽의 논리

기술·산업 측면에서 보면, 블록체인 자체를 완전히 버리기도 애매합니다.

  1. 핵심 인프라·서비스 혁신 요소
    • 공공기록 위‧변조 방지, 전자계약, 보험·물류·관세 등에서
      *“신뢰 비용”*을 줄일 수 있는 기술이라는 기대.
    • 정부도 공공서비스 시범사업, 규제자유특구 등을 통해 실험 중입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1
  2. 수출 가능한 B2B 솔루션
    • 금융·물류·게임·K콘텐츠에서 블록체인 기반 인증, 결제, 아이템 소유권 관리 같은 솔루션은
      한국 IT기업이 해외에 팔 수 있는 영역이기도 합니다.
  3. 제도권 금융의 디지털 전환
    • 토큰증권(STO), 은행의 디지털자산 수탁, CBDC와의 연계 등은
      “어차피 오고 있는 변화”로 보고 제도권이 먼저 실력을 쌓자는 논리.

이런 의미에서
**“비투기적·인프라 중심 블록체인 산업 육성”**은 충분히 논의 가치가 있습니다.


4. 그러나, 가상화폐 중심 육성은 한국에서 특히 위험하다

질문하신 핵심:

“독일식 정책까지 수용해서, 가상화폐를 제도권 자산·사적 화폐로 폭넓게 인정하며 산업을 키우면 어떻게 되느냐?”

여기에 대해선, 한국의 구조를 고려하면 양극화·불안정·금융화 심화의 위험이 큽니다.

  1. 이미 ‘코인 과열’ 구조가 있는 나라
    • 인구 대비 코인 투자 비율, 레버리지 사용, 거래소 이용 비중이 세계 상위권이고,
      스테이블코인 기대만으로도 주식시장이 폭등할 정도의 ‘서사 과열’이 나타나고 있습니다. Financial Times+1
    • 여기에 독일처럼 “장기보유 비과세”, “은행의 적극적 수탁·판매”가 더해지면
      위험을 감당할 수 있는 자본가·고소득층에게 유리한 자산시장이 열립니다.
  2. 금융문해력·안전망이 독일보다 취약
    • 독일은 복지·노동시장·조세에서 완충 장치가 두텁지만,
      한국은 손실 위험이 거의 “개인 책임”으로 떨어지는 구조.
    • 맑스주의적으로 보자면, **금융위험이 노동계급 개인에게 전가된 자기금융화(self-financialization)**가 더 심해질 수 있습니다.
  3. 한국은행이 우려하듯, 자본 유출·통화정책 리스크
    • 달러·원 스테이블코인을 통해 해외 거래소로 자금이 빠져나가는 구조가 이미 큰 이슈입니다. Financial Times+1
    • 가상화폐를 지나치게 제도권화하면
      통화주권·자본통제 측면에서 한국은 독일보다 훨씬 민감한 타격을 받을 수 있습니다.
  4. 계급·세대 간 자산 격차 확대
    • 고소득층·정보 우위 계층: 자산 포트폴리오에 코인·토큰증권 비중 확대 → 상방 수익 극대화
    • 청년·불안정 노동층: “한 방 역전” 판타지에 더 깊이 노출 → 하락 시 삶 전체가 흔들릴 위험

맑스주의적 표현을 쓰면,
노동을 통한 생계가 아니라, ‘가격 변동’에서 생존을 찾도록 강제하는 금융자본주의의 심화입니다.


5. 그래서, “육성해야 하는가?”에 대한 제안적 정리

맑스의 물신성·금융화 비판을 염두에 둔 입장에서 정리해보면:

“기술로서의 블록체인”은 선택적으로, 공공성과 생산성 위주로 육성할 필요가 있다.

  • 공공행정, 사회복지 지급, 의료·교육 데이터 관리, 친환경·탄소추적, 노동·노조 정보 보호 등
    사회적 사용가치가 분명한 영역에서 실험·도입을 해볼 수 있습니다.
  • 부산 규제자유특구 같은 공간을 공공적·비투기적 프로젝트 장으로 쓰는 방향은 의미가 있습니다. Global Practice Guides+1

“투기적 가상자산 산업”은 확장보다 ‘엄격한 규제 + 축소/정상화’가 우선이다.

  • 독일처럼 “사적 화폐”에 가까운 지위를 부여하거나
    은행·기관이 공격적으로 판매하는 모델은
    한국에서는 양극화와 금융불안정을 키울 가능성이 큽니다.
  • 이용자 보호법·디지털자산기본법은
    산업육성법이 아니라, 위험 통제·투기 억제 프레임으로 설계되어야 합니다.

정책 목표를 “부의 증식”이 아니라 “금융화 억제·사회적 효용 극대화”에 두어야 한다.

  • “블록체인을 키워서 성장 동력 확보”라는 담론만 강조되면
    그 순간부터 모든 게 투기와 자본축적의 언어로 빨려 들어갑니다.
  • 오히려
    ① 공공 인프라, ② 노동·시민의 권리 보호, ③ 데이터 민주화
    같은 방향을 블록체인 활용의 기준으로 삼아야 합니다.

6. 한 줄로 답을 정리하자면

**“블록체인 산업”은 한국에서도 육성할 필요가 있지만,
그것은 “가상화폐 금융투기 산업”이 아니라
“공공성과 실물경제 생산성을 강화하는 인프라 기술”로서의 육성이어야 한다.

독일식 가상화폐 제도화를 그대로 들여오는 것은,
한국의 구조에서는 부의 양극화와 금융자본주의의 심화를 가져올 위험이 크다.**

댓글 달기

이메일 주소는 공개되지 않습니다. 필수 필드는 *로 표시됩니다

위로 스크롤